고무줄 창고료에 화주들 부산항 이탈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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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7.09.13 14:48   수정 : 2007.09.13 14:48
대부분 LCL 형태 포워딩업체가 창고 알선
풀컨보다 보관료 4~5배…15%가량 타항행

부산항이 사상 최대 물동량을 기록하고 있는 한편에선 화주들이 부산항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 터무니 없이 높은 창고 보관료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이후 자율화된 창고업체의 보관료가 경우에 따라 들쭉날쭉 고무줄식으로 부과되고 있는 데다 이마저도 창고를 화주가 선택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어서다.
중국으로부터 나무제품 등을 수입하는 A사는 최근 부산지역의 한 보세창고에 수입물품을 보관시켜 놓았다가 최종 거래명세표를 받아들고는 아연실색했다.
이 업체가 보관시킨 건 컨테이너 1TEU의 최대 용적인 28CBM(㎥)에 미치지 못하는 19CBM의 비교적 적은 화물. 한 컨테이너에 다 들어차지 않기에 다른 업체 화물과 함께 싣는 LCL형태로 수입했다. 이 화물을 9일간 창고에 보관하면서 A사가 물어야 했던 보관료는 90만원에 육박했다.
엄청난 보관료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경에 이르게 된 이 업체는 이후 '풀(full) 컨테이너'(한 컨테이너 안에 한 화주의 화물로 다 채우는 방식)로만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럴 경우엔 보세창고를 화주인 자신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
이렇게 한 이후 비슷한 분량의 화물을 10일간 보관하면서 A사가 물었던 총 보관료는 20여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컨테이너 하나를 통째로 빌려 수입해올 경우, 보관료는 줄일 수 있어도 해상 운송료는 훨씬 비싼 게 문제.
A사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 '풀컨테이너'형태로 수입을 해야 할지, 아니면 부산항을 떠나 다른 항을 통해 수입해야 할지를 놓고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사의 경우처럼 화주가 창고를 선택할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 4~5배씩 보관료가 차이나는 사례가 잇따르자 물류업계에서는 "아직도 포워딩업체(복합운송주선업체)의 리펀드 관행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4년 부패방지위원회에서는 부산항의 일부 창고업체들이 거래대금의 20~30%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복합운송주선업체 등에 제공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포워딩업체가 지정하는 대로 창고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LCL형태의 화물이 대부분인 중소형 화주들은 특히 상대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길이 4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최대 용량인 56CBM에 못 미치는 41CBM 규모의 플라스틱 젖병을 수입한 B사는 LCL형태로 수입한 이 물품을 복합운송주선업체가 지정한 창고에 사흘간 보관했다가 '주말할증'에 '난(難)작업할증'까지 덧붙여 100만원이 넘는 보관료를 물었다.
이에 비해 수산물을 수입하는 C사는 길이 40피트짜리 컨테이너에 꽉 채운 풀'컨'형태로 가다랑어를 수입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냉동창고에 5일간 보관, 전기료 등 부대비용을 다 물고도 31만7천원 정도만 지불했다.
이처럼 중소형 화주들이 보관료로 인해 피해를 당하자 마침내 부산항에서 발길을 돌리는 화주들도 발생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통관업체 관계자는 "LCL형태로 수입하는 중소형 화주들이 보관료에 놀라 부산항을 떠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의 경우 우리 회사에서만 최근 15% 가량 이탈했다"고 밝혔다.

자율화 이전보다 600% 인상
중소형 화주들이 부산항을 떠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무줄식 창고 보관료(본보 27일자 19면 보도)의 이면에는 포워딩업체(복합운송주선업체)가 중국의 파트너인 현지 포워딩업체에 지불하기 위한 리펀드 연쇄고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목하고 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하주협의회는 최근 조사자료를 통해 부산항 영업용 보세창고 LCL 화물 보관료가 5일(5CBM), 10일(10CBM) 보관을 가정할 때 지난 1999년 자율화 이후 평균 600%이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자율화 이전의 기본 보관료가 최저 500원이었다며 지금은 2만~5만원 수준인 것.
부산지역에서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포워딩업체가 창고업체로부터 리펀드를 받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관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 중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할 경우 창고업체로부터 리펀드를 받지 않고서는 도무지 수익을 낼 수 없는 거래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부산지역 포워딩업체들이 창고업체로부터 받는 리펀드는 화물 1CBM 당 1만8천~2만원 정도. 창고업체의 한 관계자도 "지난 2003년 창고업체의 보관료가 자율화된 이후 물량유치를 위해 창고업체가 포워딩업체에 CBM 당 2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주는 것은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설정 절실
국내 포워딩업체는 이 정도의 리펀드를 받고서도 중국 내 파트너인 현지 포워딩업체에 CBM 당 23~26달러의 리펀드를 다시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CBM 당 30달러에 상당하는 리펀드를 얹어주는 포워딩업체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리베이트가 지불될 경우 컨테이너 1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일반적으로 20~22CBM의 화물을 싣는 점을 감안하면 1TEU의 컨테이너를 국내로 가져올 때마다 국내 포워딩업체는 500달러 내외의 리베이트를 중국 측에 지불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문서처리비용과 핸들링차지 등을 통해 컨테이너 1TEU를 처리하면서 포워딩업체가 벌어들이는 돈이 50여만원 남짓인데 500달러를 중국업체에 주고 나면 사실 남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국내 포워딩업체들이 이처럼 출혈을 감안해 가면서까지 중국측 파트너에게 과도한 리베이트를 주고 있는 것은 '세계의 공장'이 돼버린 중국의 엄청난 물량공세 때문이다.
대형 포워딩업체들은 중국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수출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경쟁적으로 현지 포워딩업체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물량을 확보해 왔으며 이같은 행동이 결국 악순환을 부르면서 잘못된 관행으로까지 굳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전처럼 창고업계의 보관료율을 당장 강제로 정하지는 못하겠지만, 관세를 매기듯 수입물품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보관료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위한 조치는 있어야 리펀드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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