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지난 호에 이어]
두 시간 정도 달리니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와 있었고 또 경찰차가 쫒아 왔다. 경찰봉으로 우리더러 갓길에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우리 둘을 밖에다 세워놓고 몸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량의 트렁크까지 뒤지고 아주 난리 부르스를 하고 있었다.
내 여권을 보고는 자기네 나라 비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도 하지 않고 그런 것과 아무 상관 없이 내 영문 이름과 우즈베키스탄 비자에 적혀진 이름의 글자가 다르다면서 뻔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 비자가 없는 문제로 트집을 잡으면 뇌물을 주겠는데, 다른 나라 비자가 이상해 보인다고 벌금을 내라고 하니 너무나 어이가 없어 가슴이 터질 것처럼 화가나 신경질을 냈다. 경찰이란 놈은 눈만 껌뻑껌뻑거리며 느긋하게 돈 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가 도착도 하기 전에 경비를 다 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돈으로 해결하고 두 시간 가까이 무사히 잘 가고 있는데 이번엔 한국산 차량 넥시아가 뒤를 쫒아왔다. 넥시아는 우즈베키스탄에대우자동차 공장이 있어서 중앙아시아에선 거의 국민차와 같다.
경찰차도 아닌 것이 보조속에서 경찰봉으로 차를 세우라는 시늉을 했다. 참 기도 안 찼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그냥 민간인들 네 명이 타고 있었는데 어딜 봐도 경찰로 보이지는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직원보고 세우지 말고 달리라고 했는데 한참을 가도 계속 쫒아와 결국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네 명의 현지인들은 씩씩거리며 우리를 차에서 끌어내려 두시간 전에 경찰이 했던 방식대로 몸 수색을 하고 트렁크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러더니 내 서류가방과 지갑까지 열어보는데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한 놈이 내 지갑을 열고 달러가 얼마나 있는지 세고 앉아 있다. 그날 800달러가 있었는데 그 돈에 대한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또 생떼다.
‘이번에는 정말 지저분한 놈들을 만났네. 어디서 노름하다 온 녀석을 같기도 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원이 말리던 말든 러시아말로 아는 욕을 다 한 것 같다. 국경도로엔 지나가는 차량도 없어서 불안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쓰지 못할 만큼 화가 나버렸다.
녀석들은 내 지갑을 들고 뒤로 잠시 물러서더니만 지갑에서 100달러만 꺼내더니 나머지는 돌려주고 차를 급히 몰고 가버렸다. 그래도 순진한 산적인지 아니면 너무 많이 뺏으면 경찰에 신고할까봐 그랬는지…아무튼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100달러를 빼앗기고 나서 나는 남은 700달러를 지갑에서 꺼내 차 안에 꽁꽁 숨겨두었다.
차 번호판이 우즈베키스탄 번호판인 것을 보고 카자흐스탄에서는 잡기만 하면 돈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다시 달리면서 학창시절에 배운 실크로드를 생각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이 척박한 길을 짐을 가득 싣고 지나가는 상인들의 행렬! 그 실크로드에 상인을 노리는 산적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내가 지금 그 산적 후손들이 살고 있는 그 길을 가고 있구나! 상인들은 과거에 만났고 나는 오늘에서야 만났을 뿐이다.’
끼르끼르스탄에 도착했다. 거기서 운송 파트너를 만났는데 한국을 여러 번 다녀와서인지 상담하는데 너무나도 편했다. 그런데 이 친구 차량을 보니 한국의 기아 중형차 엔터프라이즈이고 번호판을 보니 ‘BK0007' 이어서 눈에 확 띄었다. 우리나라도 그런지 모르지만 관공서의 높은 분들이나 힘좀 있는 기업인들은 이런 번호를 돈주고 산다고 한다. 그러면 일반 경찰들도 웬만해선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차 앞에는 경광등이 붙어 있고 뒤에는 빨간 경찰봉까지 있었다. 경찰도 아니면서 차 안에 왜 이런게 있냐고 물으니 “어! 그거 액세서리야!”라고 하면서 웃었다. 이런게 차에 있으면 신호 위반을 해도 경찰이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한 수 위였다. 그 친구와 같이 있는 동안 정말로 한 번도 검문을 당해 본 적 없이 편안하게 출장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는 날 그 친구는 나를 공항까지 안내해 주었는데, 세상에! 비자와 탑승티켓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왔다.
나를 태우고 왔던 우리 직원은 카자흐스탄에 있는 자기 친척과 함께 차를 몰고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우리 직원은 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주)에코비스로지스틱스 김익준 대표이사
[다음호에 계속]
[지난 호에 이어]
두 시간 정도 달리니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와 있었고 또 경찰차가 쫒아 왔다. 경찰봉으로 우리더러 갓길에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우리 둘을 밖에다 세워놓고 몸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량의 트렁크까지 뒤지고 아주 난리 부르스를 하고 있었다.
내 여권을 보고는 자기네 나라 비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도 하지 않고 그런 것과 아무 상관 없이 내 영문 이름과 우즈베키스탄 비자에 적혀진 이름의 글자가 다르다면서 뻔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 비자가 없는 문제로 트집을 잡으면 뇌물을 주겠는데, 다른 나라 비자가 이상해 보인다고 벌금을 내라고 하니 너무나 어이가 없어 가슴이 터질 것처럼 화가나 신경질을 냈다. 경찰이란 놈은 눈만 껌뻑껌뻑거리며 느긋하게 돈 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가 도착도 하기 전에 경비를 다 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돈으로 해결하고 두 시간 가까이 무사히 잘 가고 있는데 이번엔 한국산 차량 넥시아가 뒤를 쫒아왔다. 넥시아는 우즈베키스탄에대우자동차 공장이 있어서 중앙아시아에선 거의 국민차와 같다.
경찰차도 아닌 것이 보조속에서 경찰봉으로 차를 세우라는 시늉을 했다. 참 기도 안 찼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그냥 민간인들 네 명이 타고 있었는데 어딜 봐도 경찰로 보이지는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직원보고 세우지 말고 달리라고 했는데 한참을 가도 계속 쫒아와 결국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네 명의 현지인들은 씩씩거리며 우리를 차에서 끌어내려 두시간 전에 경찰이 했던 방식대로 몸 수색을 하고 트렁크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러더니 내 서류가방과 지갑까지 열어보는데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한 놈이 내 지갑을 열고 달러가 얼마나 있는지 세고 앉아 있다. 그날 800달러가 있었는데 그 돈에 대한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또 생떼다.
‘이번에는 정말 지저분한 놈들을 만났네. 어디서 노름하다 온 녀석을 같기도 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원이 말리던 말든 러시아말로 아는 욕을 다 한 것 같다. 국경도로엔 지나가는 차량도 없어서 불안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쓰지 못할 만큼 화가 나버렸다.
녀석들은 내 지갑을 들고 뒤로 잠시 물러서더니만 지갑에서 100달러만 꺼내더니 나머지는 돌려주고 차를 급히 몰고 가버렸다. 그래도 순진한 산적인지 아니면 너무 많이 뺏으면 경찰에 신고할까봐 그랬는지…아무튼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100달러를 빼앗기고 나서 나는 남은 700달러를 지갑에서 꺼내 차 안에 꽁꽁 숨겨두었다.
차 번호판이 우즈베키스탄 번호판인 것을 보고 카자흐스탄에서는 잡기만 하면 돈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다시 달리면서 학창시절에 배운 실크로드를 생각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이 척박한 길을 짐을 가득 싣고 지나가는 상인들의 행렬! 그 실크로드에 상인을 노리는 산적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내가 지금 그 산적 후손들이 살고 있는 그 길을 가고 있구나! 상인들은 과거에 만났고 나는 오늘에서야 만났을 뿐이다.’
끼르끼르스탄에 도착했다. 거기서 운송 파트너를 만났는데 한국을 여러 번 다녀와서인지 상담하는데 너무나도 편했다. 그런데 이 친구 차량을 보니 한국의 기아 중형차 엔터프라이즈이고 번호판을 보니 ‘BK0007' 이어서 눈에 확 띄었다. 우리나라도 그런지 모르지만 관공서의 높은 분들이나 힘좀 있는 기업인들은 이런 번호를 돈주고 산다고 한다. 그러면 일반 경찰들도 웬만해선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차 앞에는 경광등이 붙어 있고 뒤에는 빨간 경찰봉까지 있었다. 경찰도 아니면서 차 안에 왜 이런게 있냐고 물으니 “어! 그거 액세서리야!”라고 하면서 웃었다. 이런게 차에 있으면 신호 위반을 해도 경찰이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한 수 위였다. 그 친구와 같이 있는 동안 정말로 한 번도 검문을 당해 본 적 없이 편안하게 출장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는 날 그 친구는 나를 공항까지 안내해 주었는데, 세상에! 비자와 탑승티켓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왔다.
나를 태우고 왔던 우리 직원은 카자흐스탄에 있는 자기 친척과 함께 차를 몰고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우리 직원은 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주)에코비스로지스틱스 김익준 대표이사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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